- 류시화 [지구별 여행자] 중
사실이 아니라해도 위안이 되는 말...
모든 게 그리 헛되지 않음을 안도케 하는 말...
그리고...
내 의도와 무관하게, 내가 그네들의 인생에서 맡게 될 역할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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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인순 옮김/열린책들 |
1975년에 밀그램(S. Milgram)은 감각의 과부하가 도시 스트레스의 근원적 원인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 밀그램의 자극 과부하 이론의 타당성이 확인됨으로써, 그의 이론은 1970년대 도시 거주자들뿐만 아니라 1997년의 데이터 스모그 희생자들에게도 적용 가능하게 되었다. 도시 거주자들이 일상적 삶 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엄청난 자극의 포화에 직면하게 됨에 따라, 이 이론은 수십 년 동안 발전해 온 정보화 시대의 특징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 데이비드 솅크,『데이터 스모그』】
어쨌거나 갑자기 이 구절이 생각난 까닭은 오늘 읽은 테드 창(Ted Chiang)의 단편소설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때문일 것이다.
정말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경험을 갖게하는 이 독특한 소설은 상업주의에 물든 현대인의 미의식을 통렬하게 고발한다. 단순한 고발에 그치지 않고 철학적인 사유의 발판 또한 마련해 놓았다는 점 역시 이 소설이 갖는 미덕이다.
두뇌기능 및 구조 연구에 대한 의학적 연구가 무르익은 미래의 어느 시점, 가상의 한 대학에서 벌어진 논쟁이 내용의 골격을 이룬다. 그 중심에는 '칼리그노시아'라는 생소한 (의료)조치가 자리한다.
칼리그노시아는 실미증(失美症)을 의미하는 조어로 여기서는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지나치게 지배적인 판단의 요소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뇌의 특정 기능을 인위적으로 마비시키는 조치를 가리킨다. 이 조치를 자기 대학 학생 전체에게 의무화 해야 한다는 쪽은 '철저한 평등을 요구하는 학생회의'고 전미 칼리그노시아 협회 등이 이를 옹호한다.
이들이 칼리의 의무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루키즘'에 대한 문제제기, 또 초자극적/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무기로 사람들의 신경계를 혼란시키는 상업주의에 대한 태클인 것이다.
칼리 의무화에 반대하는 진영은 다소 세력분포가 복잡한데...
일단 가장 저열하게는 화장품업계 등이 만든 사이비인권단체 등이 눈에 띈다.
이들은 당근 칼리 시술을 의무화하려는 조치에 극렬히 반대하고 반대의견의 선동을 위해 돈을 주고 학생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서너명의 교수들은 전공을 망라하고 모두 칼리 시술에 반대입장을 피력한다. 반대의사의 강도나 신중성의 정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아무튼 이들이 주된 반대 논거로 제시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다. 지나친 자극이 문제인 것은 확실하나 인위적인 조치를 통해 자극으로 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 결국은 교육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겠냐는 지극히 학자적인 신중함을 엿볼 수 있다.
어쨌거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현실감 넘치게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테드 창의 구성적 솜씨가 돋보이고 그 기반이 되는 철학적 사유와 과학적 지식 또한 일품이다.
창작노트에서 테드 창은 자신 역시 찬반 사이에서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도 칼리 시술 같은 게 개발된다면 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식으로 문제의식의 일단을 드러낸다.
나로선 테드 창보다 좀 더 적극적인 입장에 서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래 전부터 미디어로 인한 각종 자극이 우리네 삶의 엔트로피를 끊임없이 높여 가고 있다는 사실이 분노스럽기까지 했으니까.
글쎄... 어찌보면 정말로 무서운 발상일수도 있고... 전체주의적인 냄새가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위적인 통제까지도 필요한 긴급한 상태로 현대사회가 매일매일 빠져들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진짜 맘 같아서는 미친 방송들과 광고들을 통제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덧] 티스토리 왜 이러냐 이거... 올만에 글 올리려 했는데 며칠 전부터 글이 안 올라간다.
유독 내 놋북에서만!!! 저장이 안됐다는 경고창만 뜬다 ㅠ.ㅠ 이를 우째
추석을 지내고 다시 바쁜 일상과 마주하게 됐다.
동시대인들과 비교해봤을 때, 물리적으로 촉박하게 사는 건 분명 아니다.
그렇긴해도 여러가지 일들이 오버랩되며 몰려드는 건 사실이고 그럴 때 어김없이 찾아드는 꿀꿀한 기분 때문에 마음이 다소 무거운 요즘이다.
LPGA 커미셔너를 지낸 왕년의 키다리 골프여제 캐롤 만은 "(자신이 선택한 많은 일들이) 너무 조각조각 나눠진 나머지 아무 것도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 지치고 화가 났으며, 무례하고 굴었고 (그 결과) 생활이 불행해졌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녀만큼 다재다능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 기분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게 요즘 내 상황이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가고 싶은 전시회도 꽤 되고... 만나고 싶은 얼굴도 꽤 여럿 아른거린다.
무작정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한참 내달리다가 휴게소에 들러 우동 한 그릇 비우고 싶은 생각도 간절하다.
가벼운 차림으로 자전거에 올라 한 쪽 어깨에서 달랑거리는 카메라의 둔탁한 촉감을 느끼며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다. 다행히 여전히도 나의 소망들은 지극히 소박하여 하루 이틀 정도 온전히 일상을 털어버릴 수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는 일들이라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가끔은 이렇게 소박해져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가슴 한 구석에서 꿈틀대기도 한다.
어린 시절 읽은 위인전에서부터 끊임없이 꿈을 찍어대는 대중문화, 갈수록 그 위세가 비등하고있는 각종 성공과 성취의 신화들이 (무)의식 속에 켜켜이 퇴적된 탓일게다.
이런 앙금마저 멀끔히 씻어내는 순간 나는 과연 무엇을 보게 될까? 인생에서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게 될까? 그게 바로 득도인가? 허나 득도마저도 부담스러운 이 소시민은 그 때문에 저런 부유물 또는 퇴적물들과도 가끔 조우하며 사이 좋게 지내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하여 지금 하는 일들이 술술 잘 풀려 가끔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맘에도 없는 겸양의 제스처를 취해보고 싶기도 하고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링크스 코스에서 라운딩하는 호사를 누리게 되면 괜찮을 것 같다는 맘도 품어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은 매주 하루 날을 잡아 나를 보러 와줄 지인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대접하는 일이다. 메뉴를 선정하고 약속을 어레인지하고 반갑게 만나 인사하고 유쾌하게 웃으며 식사를 나누고, 그렇게 두 시간 정도가 흐른 뒤 기쁘게 음식값을 치르며 나는 무척 즐거울 것 같다.
두서 없는 글은 이쯤에서 마치는 게 좋을 듯 하다. 더 하다간 그야말로 한 없이 이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쓰고나서 제목란을 채웠다. 점심 먹어주는 남자 ㅋ

딸들과 아무 생각없이 논다.
; 착하고 귀엽게 굴 땐 더 할 나위 없이 기쁘고, 울고 떼를 써도 그거 달래느라 딴 생각이 달아난다
가장 고답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적당히 현실을 비웃어주는 책을 골라 읽는다.
; 물론 잡생각이 안 들게끔 재미 또한 어느 정도는 보장돼야 한다
블로그와 가족 홈페이지를 뒤지며 추억에 빠진다.
; 이거 의외로 재미가 쏠쏠하다. 단순한 재미뿐 아니라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얻게 된다. 역시 뭐든지 삼년 이상 꾸준히 하게 되면 쓸모 또한 절로 생긴다
차분히 앉아 글을 쓴다.
;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 자판으로 두드려내는 작업은 의외로 속시원하다. 글을 잘 쓰고 말고는 이미 중요치 않다. 내겐 그저 '치유로서의 글쓰기'일 뿐이다.
아내와의 섹스
; 말할 것도 없이 최고의 처방이지만... 아내는 요즘 둘째가 독점하고 있다 ㅠ.ㅠ
운동
; 등산도 좋고, 자전거 타기도 좋다. 여럿이 해야 하는 구기종목은 별로다. 골프의 경우 공이 잘 맞으면 효과가 크지만 공마저 안 맞으면 그야말로 설상가상...
운전
; 비오는 날, 맑은 피아노곡을 평소보다 크게 틀어 놓고 느린 템포로 운전하면 머리가 맑아진다... 과속은 금물
맛있는 식사
; 평소 가보고 싶었던 음식점을 찾아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맘껏 음미한다. 평소 보고 싶었던 친구가 동석한다면 그 이상 좋을 수가 없을 게다.
이쯤 쓰고 나니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마음이 옹졸하다보니 평소 이 정도 응급처치 노하우는 갖고 살아야 한다.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이 험한 세상에서 나름대로 촘촘한 안전망을 구비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이런 단순함도 많은 도움이 된다ㅎ).
어찌어찌하여 여기까지 글을 읽은 사람은 자기만의 방법을 댓글로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쉽게 써먹을 수 있는 근사한 방법을 모르고 있음 '화'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