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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cial Entrepreneur in Wonderland * Twitter : @loui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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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6 뉴욕 이야기

뉴욕엘 다녀왔다. 10일 정도의 일정.
오자마자 지독한 감기를 앓고, 해결해야 될 일들과 씨름하며 6월을 보냈다.
열도 나지 않는... 그저 증상이 지독할 뿐인 감기일 따름인데도...
보는 사람마다 SI 아니냐며 경계하는 눈초리에, 보건소 가보라는 잔소리에... 음...
몇몇 풀리지 않는 골치 아픈 문제들과 결합되며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는 나날들이었다.

어쨌거나 이제 몸도 좀 나아졌고 여유는 조바심낸다고 찾아지는 것도 아니니 뉴욕 다녀온 얘기나 좀 해보자.  

출국하는 날, 회사 근처 정류장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리는데 눈에 들어 온 광고 
브로드웨이 42번가면 타임스퀘어 근방일텐데... 이처럼 뉴욕은 대중문화를 통해 이미 익숙해진 그야말로 '세계도시'


그런데 막상 뉴욕의 첫인상은 좀 후줄근 하다는 느낌.
첨단이라기에는 왠지 소박하고, 온갖 멋쟁이들 깍쟁이들이 사는 곳이라기엔 다소 지저분한 ...
암튼 그런 의외의 모습으로 첫 대면이 이뤄졌다.

일단 전체적으로 삐까뻔쩍한 마천루들 보다는 오래된 건물들이 많았고,
오가는 차들도 무척 소박했으며 (사진 속에 잡힌 포르쉐 카이엔 같은 차는 강남에서 보다 더 보기 힘들더라),
경제위기 여파 탓인지 사람들도 왠지 쳐저 보이고...

맨하탄은 교통체증 짱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길 좁고 신호등이 많아서 그렇지 서울에 비하면 도로 사정은 널널한 편이고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쿨한 성격이라는 묘사가 무색하게 사람들 되게 친절하고 ...

암튼 상상 속의 뉴욕과는 많이 달라서... 좋은 점도 있었고 실망한 것도 좀 있고...

다만 물가가 살인적인 것만큼은 명불허전이었다. 친구 말로는 맨해튼 투베드룸 월 임대료가 5000불로도 빠듯할 지경이라니 원.

짬을 내서 보스턴에도 하루 다녀왔는데, 솔직히 뉴욕살래 보스턴 살래 하면 별로 망설이지 않고 보스턴을 택할 것 같다.
솔직히 왜 그렇게 비싼 댓가를 치르며 맨해튼과 그 언저리에 살아야 하는 건지 아직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뉴욕의 매력이 있을 수도 있고. 다들 뉴욕에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닐 수도 있지만서도. 

전반적인 인상비평은 이쯤에서 시마이하고... MOMA 얘기로 넘어가자.

모마는 시쳇말로 좀 짱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좀 임팩트가 쎄서 끼니도 거른 채 늦은 오후까지 시간을 보내야 했다.


6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던 레온 페라리와 미라 쉔덜의 특별전.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둘러 봤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아 초장부터 지나치게 고무되었던 감이 없지 않다 흠. 

전시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문자를 형상화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는데, 
특히 레온 페라리의 작품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공간이라 작품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던 게 아쉽다. 
어깨에 힘을 뺀 직설적인 화법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다양한 기법들 그리고 문평비평적인 메시지.
거기에 수준 높은 타이포그라피까지... 레온 페라리를 관심 리스트에 올려 놓을 이유는 많았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구겐하임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모마 역시 실용적이면서도 디자인적으로 잘 지은 건축물이었다. 건물 가운데가 2층부터 중정식으로 뚫려 있는 구조. 사진은 6층에서 내려다 본 2층. 뭔가 다음 전시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외관이 좀 없어 보이는(?) 글라스타워라 그렇지, 구석구석 심플하면서도 센스있는 배치와 오바하지 않는 절제미가 돋보였다. 

하나 걸러 둘 셋씩 나오는 현대미술의 걸작들 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쩌면 모마를 가득 채운 낯선 공기 그것이 아니었을까. 
그것은 모종의 에너지였고, 열기였는데... 여유로움을 넘어선 썰렁함과 에티켓을 넘어선 엄숙주의 그리고 냉냉함이 감도는 우리네 미술관의 애매모호한 공기와는 참으로 대별되는 것이라 그게 가장 이국적이었다고나 할까...
 

디에고 리베라의 저 유명한 작품 앞에서 정열적으로 아이들에게 뭔가를 설명 중인 선생님(으로 보이는 여인). 
이들의 수업을 잠시 엿보았는데, 선생님이 뭔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수업.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선생과 제 생각을 스스럼 없이 이야기하는 아이들. 물론 개중에도 이리 저리 딴전 피는 녀석들이 어김없이 있었지만... 내년이면 학부형이 되는 관계로 그래도 쫌 부럽더라.

암튼 모마 하면 언급되는 대표선수들이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피카소, 고흐, 마티스 정도라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세기의 연인인 두 사람의 작품을 한 장소에서 감상할 수 있다니. 디에고 리베라의 거처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그 와중에 이 둘과 잠시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던, 트로츠키선생의 말마따나 "인생은 아름다워!"

이외에도 잭슨 폴락의 난해하고 스케일 큰 작품들. 피카소 옆에 나란히 걸려 (대중적 성취에 비해 월등한)자신의 역사적 비중을 역설하는 듯 한 조르주 브라크(Braque, Georges)의 작품들. 세잔, 샤갈, 루소, 고갱, 클림트 약간 ... 그 외에 일일이 언급하기도 버거울 정도로 많은 작가들.

그렇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다리는 아프고 배가 너무도 고파 여러 차례 2층과 5층에 있는 식당을 기웃거려 봤으나 3시가 넘어설 때까지도 길게 늘어선 줄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결국 배를 쫄쫄 곯아야 했다.      



식사는 포기해야 했지만... 2층 식당 입구의 대형 메뉴판 조차도 모마스러웠고...
(흑판은 철판이고 레터링은 자석이다)


심지어 고 앞 노점에서 파는 상품조차 스타일리시하다.
별로 팔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리고...


모마에서 나오자마자 노상에서 해결했던 늦은 점심... 어느 정도 짐작은 되나 정확한 국적은 미상이었던, 아니 구성 자체가 다소 멀티 내셔널했던 저 음식은 결국 반도 못 먹었다. 양도 많았지만... 배도 너무 고프면 많이 먹기가 힘든 법. 

그래도 눈이 호강하고 메말랐던 감수성이 촉촉한 단비를 맞은 까닭에... 찬 데서 먹는 밥 한끼도 전혀 서럽지가 않았던 걸 보면... 내가 아직은 짱짱한 청춘까지는 아니어도 그 언저리에 있기는 한 모양이다. 

(다음 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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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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